[조명]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한 ‘한중일 추석’
주간경향입력2012.09.30 11:09
ㆍ제례방식 풍속은 달라도 한자리에 모여 조상 기리고 가족 안녕 기원하는 것은 같아
한가위다. 올 한가위에도 약 3000만명이 일가친척을 찾아 귀성길에 오른다고 한다. 민족대이동의 귀성행렬에서 한국인의 가족애와 전통 존중의 무게를 느낀다. 고향을 찾는 행렬은 가족, 고향, 조상으로 이어지는 한가위의 의미를 압축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나라에도 추석과 같은 민족적 명절이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중국에 '중추지에'(仲秋節), 일본에 '오봉'(おぼん)처럼 한가위와 비슷한 명절이 있다. 이날의 주인공은 '보름달님'과 조상이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명절을 기리는 형태와 제례 방식, 풍속, 그리고 이날 준비하는 명절 음식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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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 시연회 | 경향자료 사진
#제례와 풍속
한국 명절의 핵심은 조상을 모시는 차례의식이다. 한국의 전통 명절에서 차례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규격화한 제례문화가 속속들이 배어 면면히 이어져오고, 그것이 명절에까지 '침투'한 나라는 한국 이외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은 물론 그 영향을 받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 어느 나라도 명절에 조상을 위해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세계에서 한국이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차례의 밑바탕에는 효사상이 배어 있다. 효 정신보다 충 정신을 강조해왔던 일본은 현재 삼강오륜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 에서 "삼강오륜이라는 용어가 일본의 근대화 물결과 함께 19세기 중반부터 서서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일본과 중국의 명절은 조상을 기리는 대신 가족이 어울리는 행사가 중심이 됐다.
명절의 명칭에서도 중국 명절문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가을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진 '중추지에' 이외에도 흩어졌던 가족이 음력 8월 15일에 모여 크고 둥근 달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퇀위엔지에(團圓節)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베이우에판(八月飯)이라고도 부른다. 중국의 가정식 백반을 '쟈창판'(家常飯)이라고 한다. 집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보통 식사를 뜻한다.
쟈창판은 '흔히 있는 일' 즉 다반사(茶飯事)라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여기에서 유추해 본다면 퇀위엔지에는 음력 8월 15일에 온가족이 함께 달에 제사(月祭)를 지내며, 달을 보고 절(排月)을 하면서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먹는 특별한 식사라는 뜻이 된다.
중추지에 행사가 온가족이 공찬(供饌)과 합찬(合饌)하는 의식으로 변화했다는 뜻이다. 공찬과 합찬은 '함께 먹는다' '나눠 먹는다'는 뜻이다. 중국 사람은 함께 식사하는 것만이 인정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은 지금도 혼자 식사를 하면 음식 맛이 없고 야위게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공동으로 식사를 하면 많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으며 재미가 있다고 여긴다. 당연히 퇀위엔지에에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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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자와 웨이빙
제사의 대상은 조상이 아니라 달이다. 중추절에 달에 제사를 지내는 시기는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5경 중 하나인 < 예기 > 에 "천자는 봄에 태양에 제사를 지내고, 가을에는 달에 제사를 지낸다. 태양 제사는 아침에 지내고 달 제사는 저녁에 지낸다"고 기록되어 있다. 중국 민간에서 중추지에에 달에 제사를 지내고 달을 감상하는 풍습은 여기에서 유래한 셈이다. 한국이 명절 제사를 아침에 지내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중국은 중추지에에 초롱불놀이를 즐긴다. 초롱불은 '지상의 달'을 상징한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초롱불을 배에 매달아 소원을 적은 종이를 넣어 강에 띄운다. 그렇게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
일본 오봉은 음력이 아니라 양력 8월 15일이다. 과거에는 음력 7월 15일에 오봉을 쇠었지만 메이지 유신 때 양력 도입과 함께 양력 명절로 점차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지방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한다. 가네미쓰 히데미(金光英實) < 죠세이지신 > (女性自身) 한국특파원은 "양력 8월 15일이 대체로 여름휴가와 맞물리기 때문에 이날 오봉을 세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방에 따라 아직도 음력 8월 15일 혹은 음력 7월 15일에 오봉을 세는 곳도 있는데, 보통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진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봉은 불교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명절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날 성묘나 친척을 만나고 스님을 집으로 초대, 설법을 듣는다. 불교적 영향을 받은 것은 오봉의 유래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듯하다. 오봉은 목련존자라는 부처 제자가 지옥에 빠져서 온갖 고생을 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했던 옛이야기에서 유래됐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승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본 목련존자는 부처님께 자신의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 부처는 음력 7월 15일에 공양을 올리라고 대답했던 게 오봉의 유래라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은 유래에서 비롯된 백중이라는 세시풍속이 있다. 이날에는 온갖 음식을 갖추고 춤추고 즐겼다.
유래도 유래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불교와 조상은 협력관계에 있다는 본지수적설(本地垂迹說)을 믿고 있다. 호사카 유지는 <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 에서 "일본 사람은 사람이 죽으면 모두 부처가 된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이는 일본인의 독특한 민간신앙인 고료(御靈)신앙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료신앙이란 사람의 영혼을 무서워하는 신앙이다. 이것은 자연재해와 인재는 원령에 의해 일어난다고 믿는 데서 비롯됐다. 일본인들이 임진왜란 때 적장인 이순신 장군은 물론 일반 조선 백성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조상도 하나의 신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오봉 때 보여주는 조상을 기리는 형태에서도 일본인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오봉에 일본인들은 조상의 영혼을 담는 우라봉(盂蘭盆)을 불단에 올리고 선조들이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봉쵸우친(盆提灯)이라는 등불을 밝힌다. 명절이 시작되는 13일에는 불을 밝히고 무카에비(迎え火)를 정원 앞이나 작은 화롯불에 피워 조상의 혼을 부르고 16일에는 조상의 혼을 돌려보내기 위해 오쿠리비(送り火)를 피운다.
불단 옆에는 쇼우료우다나(精靈棚)라는 제사상을 올린다. 하지만 이 제사상에는 햇곡식이나 햇과일을 올리지 않는다. 설탕 과장 과일 국수 꽈리 경단 등 조상이 즐겨 먹던 음식을 올린다. 음력 7월은 햇과일이나 햇곡식이 수확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에겐 생소한 조상들의 영혼을 부르는 '쇼우료우우마(精霊牛馬) 의식'도 있다. 쇼우료우우마는 오이와 가지에 부러뜨린 나무젓가락을 꽂아 각각 말과 소 형상를 만들어 불단 옆에 두는 것을 말한다. 말은 조상의 신이 이승으로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의미를, 소는 저승으로 천천히 되돌아가라는 지연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풍속으로는 봉오도리 등이 있다. 봉오도리는 남녀들이 모여 유카타를 입고 광장에 망루를 설치하고 그 위에서 북을 치며 망루 주변을 도는 원무다. 봉오도리는 종교적인 의미보다 오락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것은 가족행사지만 봉오도리는 온 마을 사람이 함께 즐기는 대동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연휴가 끝날 쯤이면 큰 대자 모양의 불을 피워 조상의 영혼을 배웅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 오봉의 격식을 지켜 제단을 꾸미고 제례를 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
# 음식
동양에서는 제사 형태에 따라 제물 내용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초자연적 대상에게 바치는 제물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됐다. 그 제물은 신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당연히 제물 내용은 물론 그 크기는 신의 영향력과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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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봉오도리 | 경향자료 사진
송편도 한가위의 제수음식이다. 한가위 차례상에 놓는 송편은 달과 열매(풍년)를 상징한다. 송편은 쌀가루를 반죽하고 콩·팥·밤·깨 등으로 만든 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빚어 만든다. < 삼국사기 > 에 따르면 백제 의자왕 때 궁궐 땅속에서 파낸 거북이 등에 '백제는 만월(滿月)이고 신라는 반달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점술사는 백제는 만월로 다음날부터 쇠퇴하고 신라는 앞으로 크게 발전할 징표라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점술가의 예언이 적중했다. 이때부터 반달은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뜻으로 쓰이며, 그러한 마음을 담아 송편도 반달 모양의 떡으로 빚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엮은 〈동국세시기 > 에 농가에서는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집집마다 장대에 곡식 이삭을 달아 대문간에 세워두었다가 중추절(한가위)에 이것으로 송편을 만들어 노비의 나이 수대로 나누어주는 풍속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일종의 특식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날을 '노비일'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반면 중국은 반달이 아니라 보름달 모양의 웨에빙을 만들었다. 옛날에 웨에빙은 송편과 마찬가지로 제수용품이었다. 점차 제례음식으로서 위상을 잃었지만 모든 가족이 모여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함께 나눠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보름달 모양의 웨에빙은 둥근 원탁에 온가족이 모인 것을 상징한다. '가족'이란 상징성은 문양과 크기에서도 드러난다. 웨에빙 겉면에 '웨에빙 전설'의 주인공인 상아라는 여인을 그려넣거나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을 적어 넣기도 한다. 한국에서 지역의 단합을 위해 수천명분의 비빔밥을 만들듯이 중국에서는 수천명이 먹을 수 있는 웨이빙을 만들 정도로 의미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웨에빙의 소는 '5인(仁)'이라고 한다. 소로 사용되는 잣, 호두, 땅콩과 같은 견과류 5가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소의 종류도 수백 가지로 늘어났다. 모양도 보름달의 모양뿐만 아니라 사각형, 오각형 등 매우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다. 가격도 3위안짜리부터 금가루를 묻힌 수백만 위안짜리도 있다. 중국 가정에서는 송편처럼 집에서 빚는 게 아니라 상점에서 구입하는 게 보통이다.
중국에서 웨에빙에 버금가는 상징적 제례음식이 있다. 수박이 그것이다. 잘 익은 둥근 수박을 반으로 쪼개 제사상에 올린다. 중국인은 수박의 붉은 색 속이 기쁨과 행복, 성공을 가져다준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또 수많은 검은 씨앗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 석류도 자손만대의 번창을 상징하는 제수용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토란과 고구마 같은 덩이줄기 식물로 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도 여전히 남아 있다. 둥근 모양의 과일도 풍년과 원만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배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배의 발음이 이별과 같은 발음을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오봉의 특별음식은 없다. 주로 조상이 즐겼던 음식을 가족들이 나눠먹으면서 조상의 뜻을 기린다. 다만 흰 찹쌀떡 모양의 봉당고, 그리고 속에 팥을 넣고 찹쌀로 둥글게 빚어 만든 경단인 쯔기미당고(月見團子) 등을 이웃과 나눠먹기도 한다. 음력 8월 15일에 둥근달을 보며 달처럼 둥근 떡을 이웃과 나눠먹는 풍습인 셈이다. '쯔기미'란 달구경을 뜻한다.
< 김경은 경향신문 기획위원 jj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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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다. 올 한가위에도 약 3000만명이 일가친척을 찾아 귀성길에 오른다고 한다. 민족대이동의 귀성행렬에서 한국인의 가족애와 전통 존중의 무게를 느낀다. 고향을 찾는 행렬은 가족, 고향, 조상으로 이어지는 한가위의 의미를 압축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나라에도 추석과 같은 민족적 명절이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중국에 '중추지에'(仲秋節), 일본에 '오봉'(おぼん)처럼 한가위와 비슷한 명절이 있다. 이날의 주인공은 '보름달님'과 조상이다.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명절을 기리는 형태와 제례 방식, 풍속, 그리고 이날 준비하는 명절 음식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추석 차례상 시연회 | 경향자료 사진 |
한국 명절의 핵심은 조상을 모시는 차례의식이다. 한국의 전통 명절에서 차례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규격화한 제례문화가 속속들이 배어 면면히 이어져오고, 그것이 명절에까지 '침투'한 나라는 한국 이외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은 물론 그 영향을 받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 어느 나라도 명절에 조상을 위해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세계에서 한국이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차례의 밑바탕에는 효사상이 배어 있다. 효 정신보다 충 정신을 강조해왔던 일본은 현재 삼강오륜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 에서 "삼강오륜이라는 용어가 일본의 근대화 물결과 함께 19세기 중반부터 서서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일본과 중국의 명절은 조상을 기리는 대신 가족이 어울리는 행사가 중심이 됐다.
명절의 명칭에서도 중국 명절문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가을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진 '중추지에' 이외에도 흩어졌던 가족이 음력 8월 15일에 모여 크고 둥근 달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퇀위엔지에(團圓節)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베이우에판(八月飯)이라고도 부른다. 중국의 가정식 백반을 '쟈창판'(家常飯)이라고 한다. 집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보통 식사를 뜻한다.
쟈창판은 '흔히 있는 일' 즉 다반사(茶飯事)라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여기에서 유추해 본다면 퇀위엔지에는 음력 8월 15일에 온가족이 함께 달에 제사(月祭)를 지내며, 달을 보고 절(排月)을 하면서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먹는 특별한 식사라는 뜻이 된다.
중추지에 행사가 온가족이 공찬(供饌)과 합찬(合饌)하는 의식으로 변화했다는 뜻이다. 공찬과 합찬은 '함께 먹는다' '나눠 먹는다'는 뜻이다. 중국 사람은 함께 식사하는 것만이 인정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은 지금도 혼자 식사를 하면 음식 맛이 없고 야위게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공동으로 식사를 하면 많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으며 재미가 있다고 여긴다. 당연히 퇀위엔지에에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과자와 웨이빙 |
일본 오봉은 음력이 아니라 양력 8월 15일이다. 과거에는 음력 7월 15일에 오봉을 쇠었지만 메이지 유신 때 양력 도입과 함께 양력 명절로 점차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지방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한다. 가네미쓰 히데미(金光英實) < 죠세이지신 > (女性自身) 한국특파원은 "양력 8월 15일이 대체로 여름휴가와 맞물리기 때문에 이날 오봉을 세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방에 따라 아직도 음력 8월 15일 혹은 음력 7월 15일에 오봉을 세는 곳도 있는데, 보통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진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봉은 불교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명절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날 성묘나 친척을 만나고 스님을 집으로 초대, 설법을 듣는다. 불교적 영향을 받은 것은 오봉의 유래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듯하다. 오봉은 목련존자라는 부처 제자가 지옥에 빠져서 온갖 고생을 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했던 옛이야기에서 유래됐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승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본 목련존자는 부처님께 자신의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 부처는 음력 7월 15일에 공양을 올리라고 대답했던 게 오봉의 유래라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은 유래에서 비롯된 백중이라는 세시풍속이 있다. 이날에는 온갖 음식을 갖추고 춤추고 즐겼다.
유래도 유래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불교와 조상은 협력관계에 있다는 본지수적설(本地垂迹說)을 믿고 있다. 호사카 유지는 <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 에서 "일본 사람은 사람이 죽으면 모두 부처가 된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이는 일본인의 독특한 민간신앙인 고료(御靈)신앙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료신앙이란 사람의 영혼을 무서워하는 신앙이다. 이것은 자연재해와 인재는 원령에 의해 일어난다고 믿는 데서 비롯됐다. 일본인들이 임진왜란 때 적장인 이순신 장군은 물론 일반 조선 백성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조상도 하나의 신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오봉 때 보여주는 조상을 기리는 형태에서도 일본인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오봉에 일본인들은 조상의 영혼을 담는 우라봉(盂蘭盆)을 불단에 올리고 선조들이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봉쵸우친(盆提灯)이라는 등불을 밝힌다. 명절이 시작되는 13일에는 불을 밝히고 무카에비(迎え火)를 정원 앞이나 작은 화롯불에 피워 조상의 혼을 부르고 16일에는 조상의 혼을 돌려보내기 위해 오쿠리비(送り火)를 피운다.
불단 옆에는 쇼우료우다나(精靈棚)라는 제사상을 올린다. 하지만 이 제사상에는 햇곡식이나 햇과일을 올리지 않는다. 설탕 과장 과일 국수 꽈리 경단 등 조상이 즐겨 먹던 음식을 올린다. 음력 7월은 햇과일이나 햇곡식이 수확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에겐 생소한 조상들의 영혼을 부르는 '쇼우료우우마(精霊牛馬) 의식'도 있다. 쇼우료우우마는 오이와 가지에 부러뜨린 나무젓가락을 꽂아 각각 말과 소 형상를 만들어 불단 옆에 두는 것을 말한다. 말은 조상의 신이 이승으로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의미를, 소는 저승으로 천천히 되돌아가라는 지연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풍속으로는 봉오도리 등이 있다. 봉오도리는 남녀들이 모여 유카타를 입고 광장에 망루를 설치하고 그 위에서 북을 치며 망루 주변을 도는 원무다. 봉오도리는 종교적인 의미보다 오락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것은 가족행사지만 봉오도리는 온 마을 사람이 함께 즐기는 대동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연휴가 끝날 쯤이면 큰 대자 모양의 불을 피워 조상의 영혼을 배웅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 오봉의 격식을 지켜 제단을 꾸미고 제례를 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
# 음식
동양에서는 제사 형태에 따라 제물 내용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초자연적 대상에게 바치는 제물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됐다. 그 제물은 신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당연히 제물 내용은 물론 그 크기는 신의 영향력과 비례한다.
일본의 봉오도리 | 경향자료 사진 |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엮은 〈동국세시기 > 에 농가에서는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집집마다 장대에 곡식 이삭을 달아 대문간에 세워두었다가 중추절(한가위)에 이것으로 송편을 만들어 노비의 나이 수대로 나누어주는 풍속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일종의 특식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날을 '노비일'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반면 중국은 반달이 아니라 보름달 모양의 웨에빙을 만들었다. 옛날에 웨에빙은 송편과 마찬가지로 제수용품이었다. 점차 제례음식으로서 위상을 잃었지만 모든 가족이 모여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함께 나눠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보름달 모양의 웨에빙은 둥근 원탁에 온가족이 모인 것을 상징한다. '가족'이란 상징성은 문양과 크기에서도 드러난다. 웨에빙 겉면에 '웨에빙 전설'의 주인공인 상아라는 여인을 그려넣거나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을 적어 넣기도 한다. 한국에서 지역의 단합을 위해 수천명분의 비빔밥을 만들듯이 중국에서는 수천명이 먹을 수 있는 웨이빙을 만들 정도로 의미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웨에빙의 소는 '5인(仁)'이라고 한다. 소로 사용되는 잣, 호두, 땅콩과 같은 견과류 5가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소의 종류도 수백 가지로 늘어났다. 모양도 보름달의 모양뿐만 아니라 사각형, 오각형 등 매우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다. 가격도 3위안짜리부터 금가루를 묻힌 수백만 위안짜리도 있다. 중국 가정에서는 송편처럼 집에서 빚는 게 아니라 상점에서 구입하는 게 보통이다.
중국에서 웨에빙에 버금가는 상징적 제례음식이 있다. 수박이 그것이다. 잘 익은 둥근 수박을 반으로 쪼개 제사상에 올린다. 중국인은 수박의 붉은 색 속이 기쁨과 행복, 성공을 가져다준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또 수많은 검은 씨앗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 석류도 자손만대의 번창을 상징하는 제수용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토란과 고구마 같은 덩이줄기 식물로 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도 여전히 남아 있다. 둥근 모양의 과일도 풍년과 원만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배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배의 발음이 이별과 같은 발음을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오봉의 특별음식은 없다. 주로 조상이 즐겼던 음식을 가족들이 나눠먹으면서 조상의 뜻을 기린다. 다만 흰 찹쌀떡 모양의 봉당고, 그리고 속에 팥을 넣고 찹쌀로 둥글게 빚어 만든 경단인 쯔기미당고(月見團子) 등을 이웃과 나눠먹기도 한다. 음력 8월 15일에 둥근달을 보며 달처럼 둥근 떡을 이웃과 나눠먹는 풍습인 셈이다. '쯔기미'란 달구경을 뜻한다.
< 김경은 경향신문 기획위원 jj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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